七佛寺 이야기

옛 이야기가 흐르는 화개나루

옛 이야기가 흐르는 화개나루

 

나루터에 쏟아지는

한낮의 햇볕은 백사장을 뜨겁게 달구고 손님을 기다리는 나룻배는 물결 따라 출렁거린다. 뱃사공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보이지 않고 시간은 파란하늘에 흰 구름처럼 흘러간다. 강물에 물비늘을 일으켰다 지우던 바람마저 멈춰버리면 화개나루는 마치 화폭속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요한 풍경 속을 뚫고 "사공, 사공!" 하고 부르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펴지면 어디선가 나타난 뱃사공은 백사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른한 몸짓으로 배를 매단 밧줄을 풀고 노를 일으켜 세운다.

 

평일에는 그림처럼 유유자적하게 오가던 나룻배도 바쁜 날이 있었으니, 바로 화개장날이다. 장날이면 장에 내다 팔 물건들을 배안에 차곡차곡 싣고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배는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강변사람들은 누가 무엇을 장에 팔러 가는지 훤히 꿰뚫고 있으며, 물건 값을 얼마 쳐서 받으면 좋을지 저번 장시세와 비교해가며 의논을 하고 물건 값을 어림잡는다. 사공은 파장이 될 때까지 장에 가는 사람, 장보고 오는 사람들을 쉴 세 없이 실어 나른다. 어려웠던 시절 가난한 뱃사공은 사철 없이 홑저고리바람으로 노를 저었고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강바람을 오롯이 맞았다.

 

추수가 끝나면

마을사람들은 가을에는 나락, 여름에는 보리로 뱃삯을 쳐주었다. 부자는 넉넉히 주고 가난한 사람은 형편 따라 주었다. 아주 못 사는 집에서는 뱃삯을 주지 못했다. 사공도 받으러 가지 않았다. 다른 지역 사람이 배를 탈 때면 현금으로 뱃삯을 받았는데 연로하신 어른이나 돈이 없는 사람은 그냥 강을 건너 주었다. 형편이 다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인심만은 후했던 시절이었다.

 

뱃사공과 나룻배는

빛과 그림자처럼 언제나 푸른 물위를 오가며 숱한 사연들을 실어 날랐다. 그러나 지금은 나룻배를 대신하여 2003년 여름에 개통된 영호남 화합을 상징하는 남도대교 교량이 건설되었다. 이제는 푸른 물결에 뱃머리를 출렁이며 한없이 사람을 기다리던 나룻배도 뱃사공도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섬진강에 봄이 오면 화개나루의 나룻배가 옛 임처럼 그리워진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 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