七佛寺 소식

제월통광대선사 열반 11주기 추모다례재 봉행

9월4일, 경내 보설루
고승 선시 모아 ‘칠불문화총서’ 제2권 발간

지리산 하동 칠불사를 중창하고 선교(禪敎)에 두루 회통하며 후학 양성에 진력했던 제월당 통광 대선사의 원적 11주기를 맞아 스님의 향훈을 새기는 자리가 마련됐다.

칠불사(주지 도응 스님)는 9월4일 경내 보설루에서 ‘칠불사 중창주 제월당 통광 대선사 열반 11주기 추모다례재’를 봉행했다. 하안거 내내 기승을 부린 불볕더위가 꺾이고 가을을 재촉하는 지리산의 선선한 바람이 도량을 감싸는 가운데 봉행된 법회는 대중 삼배, 헌향, 헌다, 헌화에 이어 반야심경, 대중 삼배, 추도사, 문도 대표 인사 순서로 간결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쌍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비롯해 진주 극락선원 회주 금담 대종사, 고성 옥천사 적멸보궁 감원 지성 대종사, 제월문도회 대표 노옹 스님(칠불사 운상선원장) 그리고 칠불사 주지 도응, 전 군종특별교구장 능원, 쌍계사 승가대학장 대각, 유나 종성 스님 등 쌍계사 및 칠불사 스님과 불자들이 참석했다. 

진주 극락선원 회주 금담 대종사는 추도사에서 “문수보살의 화신으로 칠불사에 오시어 대가람을 일구신 통광 대선사는 사부대중이 본받아야 할 종단의 큰 스승”이라며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대선사의 가르침을 새기며 수행 정진해서 생사와 열반이 둘이 아님을 여실히 깨달아 확철대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월문도회 대표인 칠불사 운상선원장 노옹 스님도 “은사 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벌써 11주기를 맞이한다니 세월의 흐름이 참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며 “문도들은 은사 스님의 유지를 잘 받들어서 화합하고 정진하며 대중의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날 칠불사는 통광 대선사의 열반 11주기를 기념해 최근 ‘칠불문화총서’ 연작물 ‘칠불사를 알다’ 제2권을 발간한 사실도 알렸다. ‘칠불사 역대 고승의 선시에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는 칠불사를 중심으로 활동한 조선 시대 고승은 물론 고승과 유대관계를 맺은 스님들의 선시를 함께 엮었다. 특히 책에는 칠불사의 법맥을 정리한 ‘부휴계 선맥’을 부록으로 실어 의미를 더했다. 

칠불사 주지 도응 스님이 총괄하고 오종근 동신대 명예교수 등이 기획을 맡은 칠불문화총서는 이번 제2권 발간에 앞서 지난 2023년 12월 제1권 ‘칠불사 역대 고승의 다시(茶詩)’를 발행하며 총서 간행의 시작을 알렸다. 향후 ‘칠불사 역대 고승들의 선문장(禪文章)’ ‘칠불사 중심의 부휴계 법손들의 부도’ 등을 주제로 각종 문집에서 칠불사와 관련된 고승의 기록을 찾아 선별 정리해 나갈 예정이다.

칠불사 주지 도응 스님은 “1830년 병화로 소실되고 1950년 전쟁으로 모든 문서가 소실된 상황에서 칠불사의 역사를 하나씩 정리하며 기록해 나가는 것은 은사 스님의 유지를 이어 칠불사의 원류를 찾아가는 작지만 의미 있는 불사”라며 “‘칠불문화총서’의 지속적인 간행을 통해 후대에 칠불사의 역사와 가치를 여법하게 전할 것”이라고 발원했다.

통광 스님은 1940년 하동군 화개면 칠불사 인근의 의신마을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이던 1959년 부산 범어사에서 여환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63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같은 해 범어사 강원을 졸업한 스님은 수선안거 이래 10하안거를 성만했다. 동국대 역경연수원을 1975년 수료하고 같은 해 탄허 대종사의 ‘화엄경’ 역경교열에 참여했으며, 1977년 오대산 월정사에서 탄허 대종사로부터 전법, ‘제월(霽月)’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스님은 무비, 각성 스님과 함께 탄허 3걸 중 한 명으로 칭송받았다. 1987년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한 스님은 1999~2001년 쌍계사 주지를 지냈다. 1998~2012년 쌍계사 강주로 한국불교를 이끌고 나갈 스님들을 가르치는 데 힘썼다. 2007~2009년에는 조계종 역경위원장도 지냈다.

특히 스님은 1978년부터 칠불사에 머물며 약 20년간 칠불사를 복원 중창했다. 예로부터 문수도량이며 동국제일선원이라 불린 칠불사는 금강산 마하연 선원과 더불어 남북으로 쌍벽을 이뤘던 참선도량이다. 용성, 석우, 효봉, 금오, 서암 스님 등 선지식들이 이곳에서 일대사 해결을 위해 정진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통광 스님은 여순반란 때 국군에 의해 잿더미가 된 후 30여 년 잡초만 무성했던 칠불사를 중창하는 데 매진, 아자방을 비롯해 전각을 복원하며 가람을 일신했다. 재복원 불사를 마친 아자방은 올해 초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승격 지정되기도 했다. 

1999년부터 칠불사 회주로 머물며 수행 정진, 후학들을 지도해 온 스님은 2013년 9월6일 오전 8시45분 칠불사 아자방에서 법랍 54세, 세납 74세로 원적에 들었다. 역서로는 ‘고봉화상선요·어록’ ‘초의다선집’ ‘증도가 언기주’ 등이 있다. 지난 2023년 원적 10주기를 맞아 유고집 ‘마음아, 어디 있느냐’가 출간됐다.